

[김선영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생명존중TF팀장] ‘킨츠기(Kintsugi, 金継ぎ)’라는 예술이 있다.
한자 뜻 그대로 ‘금을 잇는다’는 의미를 지닌 일본의 전통 도자기 복원 기법이다.
귀한 그릇이 깨지면 장인은 조각들을 버리는 대신, 흙과 천연 옻나무 진액을 섞어 부서진 단면을 하나하나 정성껏 이어 붙인다.
사포로 거친 이음새를 다듬은 후, 장인은 마지막 단계에서 얇은 붓으로 황금가루를 뭍혀 도자기의 균열을 따라 정교한 선을 그려 넣는다.
그렇게 복원된 도자기는 처음의 매끄럽고 완벽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매혹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깨진 틈새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황금 선으로 당당하게 드러낸 그릇, 킨츠기 작품에서 그 흉터는 감추어야 할 결함이 아니라,
고난을 견뎌내고 다시 태어났다는 증명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창적인 예술이 된다.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아름다운 구원”에서 현대 사회가 숭배하는 미학을 스마트폰 액정 같은 ‘매끄러움’이라는 단어로 포착해 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처 없고, 저항 없고, 결점 없는 매끄러운 상태만을 정상적이자 아름다운 것으로 찬양한다.
그러나 한병철은 고통과 부정성이 거세된 이 매끄러운 세계에는 진정한 예술도, 인간을 움직이는 구원도 없다고 경고한다.
진짜 아름다움은 매끄러운 표면을 깨뜨리고 들어와 우리에게 기어이 ‘상처’를 내는 것이다.
그 균열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의 깊은 심연을 마주하고, 삶의 진짜 의미를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킨츠기는 한병철이 말한 ‘아름다움의 구원’을 완벽하게 시각화한 예술이다.
(중략)
우리가 스스로를 가혹하게 심판하는 대신, 킨츠기 장인의 마음으로 깨진 조각을 다시 이어 붙일 때 삶은 비로소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생물학적 죽음을 막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 개인이 자신의 깨진 삶을 직면하고,
그 상처를 통해 다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곁에서 기꺼이 시간을 공유하며 황금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아니, 오히려 덜 완벽할수록 좋다. 매끄러운 표면이 깨진 그 틈으로 비로소 당신만의 고유한 빛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이라는 도자기에 새겨진 상처는, 당신을 구원할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황금 선으로 빛나고 있다.
전문은 출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원문보기: https://www.liberalmedia.co.kr/news/article.html?no=371557
첨부파일
